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어느 구름에 비 내릴지 모르고 떠난 마곡사 여행(13일). 눈만 내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설렘을 가득 싣고 공주 마곡사를 향해 한참을 달리고 나니, 산사(山寺) 일주문이 보인다. 뜻밖에 공사가 한창이다. 일주문 크기가 웅장하다. 세상으로 퍼져나간 마곡사에 깃든 전설의 기세를 보는 듯하다. 필자 역시 마곡사 전설에 홀린 것이 아닌가.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 마곡면 태화산 자락에 자리한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세계문화유산 산지 선원이다.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가 중건하고 도선국사가 중수하여 보수해 오면서 오늘에 이른다. 마곡사에 들어서자 중년의 한 신사가 '사랑으로 분노를 이기고, 선으로 악을 이겨라'라는 법구경 돌탑 위에 돌 하나 더 올려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해탈문(解脫門)을 들어서자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과 실천의 상징, 보현보살 동자상이 잔잔한 미소 띤 얼굴로 맞이한다. 한 걸음 더 절간으로 들어서니, 오층석탑(2025년 국보 지정)과 대광보전(大光寶殿)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고려 말 원나라 라마교 영향을 받은 듯, 오층석탑 상층 부문 풍마동(風磨銅) 장식이 이채롭다.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탑이다. 비가 슬금슬금 내리는 데도, 한 아낙네가 아랑곳하지 않고 오층석탑 주변으로 맴돈다. 필자 역시 탑돌이를 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서둘러 대광보전(충청남도 유형문화제 제185호)으로 향했다. 꽃 창살 무늬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예상과 달리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잠시 머뭇거리는데 목탁 소리가 멈추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대광보전 '삿자리 짠 앉은뱅이' 전설을 듣고 싶어서 마곡사에 온 것이 아닌가. 조선 후기 거동이 불편한 어느 앉은뱅이가 비로자나 부처님께 100일 기도로 삿자리를 짰다고 한다. 어느 날 100일 기도를 끝낸 앉은뱅이가 법당을 나서는데, 자신도 모르게 걸어 나갔다고 한다. 지금도 그 삿자리가 깔려있는지 궁금해하자, 대광보전을 관리하는 사람이 하얀 카펫을 걷어 올린다. 세월을 가름할 수 없는 낡은 삿자리가 바닥에 깔려있지 않은가. 이 삿자리가 바로 그 삿자리란 말인가. 그 전설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을 뿐,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공양(供養) 간에 들러 "꼭" 점심 먹고 가라는 대광보전 관리자분을 뒤로하고, 법당을 나섰다. 생뚱맞은 말이지만, 누구나 한없는 생이 이어지길 바란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다하게 되면, 극락이나 천국으로 혹은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여긴다. 그때가 되면, 극락 혹은 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