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퇴직 전부터 아내가 준비... 은퇴 후 삶이 이렇게 바쁠 줄이야

[이전기사] 만난 지 70년 넘은 여자 셋... 어떻게 90대까지 친구하냐고요? https://omn.kr/2ga79 감로리에 사는 김기태(77)·배정연(70)씨 부부가 밭에서 배추를 유심히 살핀다. 수확을 앞둔 김장용 배추에 무름병이 생겨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매년 배추를 심지만 올해 병충해가 가장 심하다고. 가족과 이웃이 먹을 만큼만 농사한 지 8년째. 해가 갈수록 농사가 쉽지 않다는 부부다. 자세히 보니 텃밭에 무, 호박, 가지, 쑥갓, 고수, 방울토마토 등 열 가지가 넘는 작물이 자라는 중이다. 배정연씨는 두 주먹을 합친 것보다 큰 애호박을 툭툭 따더니 오늘 저녁이라고 말한다. 매일 200여 평의 땅에서 자란 것들로 식탁을 차린다는 이들의 텃밭을 구경했다. 제2의 인생은 감로리에서 부부가 감로리에 온 것은 8년 전. 대전에서 살던 두 사람은 김기태씨의 정년퇴직을 계기로 그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감로리로 가자고 먼저 제안한 사람은 아내 배정연씨였다. 남편이 퇴직하기 전부터 꾸준히 감로리를 찾으며 은퇴 후 삶을 준비해왔다. "남편 퇴직 전 마을에 전세를 구해 아들과 먼저 왔어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통보하듯 말하고 와서 남편이 많이 놀랐죠(웃음)."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반해 노년은 감로리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는 배정연씨. 그런 아내의 제안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기태씨는 마을에 필요한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마을 일에도 열의가 생겼다. "2017년 고향에 오자마자 이장을 맡게 됐어요. 이걸 어쩌면 좋나 생각했는데 둘러보니 개선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살아갈 곳이고 고향이니까 더 마음이 쓰였죠." 어르신 생일잔치, 마을 분리수거장 설치, 꽃길 조성, 민요합창단 등을 진행해 마을 환경을 정비하고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했다. 마을공동체 문화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촌티학교'도 진행했다. 5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마을회관에 모여 글쓰기 수업을 받고 시를 썼다. 완성된 작품은 마을 입구에 전시하고 작품집 '촌티나게 살았소'를 발간했다. "마을 초입에 진열한 주민들의 시를 보셨나요? 천천히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들이에요. 함께 글을 쓰면서 마을 주민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글쓰기를 부끄러워하셨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진지하게 임하셨어요. 저 또한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졌고요. 고향과 감로리에 대한 글을 썼는데, 서로의 글을 보면서 마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 주민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어요." (배정연씨) 2020년에는 대청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마을회관을 새로 지었다. "마을회관이 오래돼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원사업이 있다고 해서 마을에서 원하는 회관을 설계해 발표했죠. 1억7천만 원을 지원받아 새로 지은 것이 지금 마을회관이에요. 안에 세간살이는 주민들이 조금씩 모아 마련했고요. 여러 활동을 했지만 마을회관을 지으면서 더 단합되는 걸 느꼈어요." (김기태씨) 김기태씨에게는 지키고 싶은 마을 풍경이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주민과 함께 살고 있는 느티나무 두 그루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늘 푸른 나무를 계속 보고 싶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