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진안 백운면 정송(鼎松)마을의 손내옹기에서 전북 무형유산 '진안고원형 옹기장' 공개 시연회가 열렸다. 지역 옹기 전승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지자체와 주민 30여 명이 참여한 자리였다. 손내옹기의 대표인 이현배 옹기장은 옹기가 발효 문화를 담아온 그릇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물레 시연과 옹기가마 운영 원리를 설명했다. 전통 질그릇 제작 기술, 장독대 조형, 지역적 옹기 양식 등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을 공유하는 실연 중심의 행사였다. 이현배 옹기장은 전직 호텔 쇼피스 디자이너에서 옹기장(甕器匠)의 길을 걸으며 우리나라 발효 문화의 깊이를 다시 빚고 있다. 그는 호텔 조리부에서 '쇼피스(showpiece: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예술 장식품)'를 제작하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옹기 만들기 전엔 호텔에서 초콜릿으로 쇼피스를 만들었어요. 외국인 고객이 많았던 탓에, 한국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장독대'를 선택했지요. 장독마다 뚜껑까지 만들어 덮어 장독대 풍경을 표현했죠.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오브제가 장독이었거든요." 쇼피스 디자이너로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질그릇 옹기장이의 '그릇'과 '조형'의 문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초콜릿 장독대 이야기는 의미가 있었다. 한국은 '장(醬)'으로 음식을 다스린다 초콜릿 장독대에서 실제 옹기로 옮겨온 이현배 옹기장의 관심은 결국 발효 문화에 닿아 있었다. 그는 세 나라의 조리 문화를 하나의 단어로 설명했다. "중국은 불(火)로 음식 문화를 다스리고, 일본은 칼(刃)이 발달했습니다. 한국은 장(醬) 문화죠. 그 장을 품는 그릇이 바로 옹기이고, 그래서 옹기에는 발효 문화 전체가 녹아 있습니다." 발효를 위해 숨 쉬는 그릇, 야외에 놓여 자연과 온도와 습도를 교감하는 장독. 장독이야말로 한국 옹기의 핵심이라고 이현배 옹기장은 몇 번을 강조했다. 장독대의 형태와 제작 방식은 지역마다 달라, 전라도식 장독대에는 또 다른 미감과 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의 장독대는 형태가 확연히 달라요. 오늘 공개 시연에서는 그런 지역적 특징까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현배 옹기장은 물레를 돌리며 옹기를 만들면서 옹기 그릇의 입술(가장자리) 부분을 종이컵의 원리에 비교하여 숨은 기술을 설명하였다. 옹기장들은 엄지손톱 끝을 조금 길게 남겨 둔다 이현배 옹기장은 다양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중 '씨육'은 그릇 '입술'의 턱·선·마무리 곡면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