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흩어진 기러기... 이 새가 뜨자 공간의 질서가 달라졌다

인연이 없었다. 1996년 탐조 활동을 시작한 이후, 검독수리를 야생에서 만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과거 야장을 다시 펼쳐보면 첫 기록은 2000년 3월, 흑산도에서 확인한 1개체다. 먼 거리에서 비행하던 어린 새였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흐릿해졌을 법한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아직 남아 있다. 두 번째 만남은 2006년 합강리였다. 그날은 참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이 세 종을 한 자리에서 마주했다. 모두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종들이다. 지금 생각해도 비현실적인 조합이다. 이후로는 다시 긴 공백이었다. 동물원이나 생태원 철창 안에서의 모습은 가끔 보았지만, 새를 보는 사람에게 그것은 만남이라 부르기 어렵다. 야생의 검독수리는 늘 '소식'으로만 존재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충남 서산 천수만 간월호 인근 농경지에서 검독수리 1개체를 확인했다. 검독수리는 역시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보통의 새는 아니다. 비행하며 이동할 때마다 기러기와 오리류 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위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독수리가 하늘에 뜨는 순간, 공간의 질서가 달라지는 것은 기분때문일 것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