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상〉 학대 신고돼도 10%만 사법처리치매노인 자산 노리는 범죄 늘지만 실제 처벌 0.1%도 안 돼가해자 96%가 가족-요양시설 종사자-지인가을이 깊어 가던 2021년 10월 충남 논산시의 한 거리. 낡은 옷차림의 치매 노인 정순호(가명·71) 씨가 하염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노인보호전문기관 조사관이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조차 가물가물해했다. 하나의 문장만 또렷하게 반복했다. “돈을…. 돈을 되찾아야 돼.”조사관이 확인한 순호의 통장은 참혹했다. 2020년 7월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2억 원 넘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치매에 걸린 후 통장 관리를 도맡았던 옛 직장 후배(69)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뭉칫돈이 후배의 딸과 지인의 계좌로 송금된 내역이 확인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사관은 끝내 후배를 경찰에 넘기지 못했다. 후배는 항상 순호가 직접 돈을 보내게 했고, 치매 환자인 순호의 오락가락하는 진술로는 횡령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