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이 정도로
솔직한데...서울시장
후보들은 뭐하나

지난주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경제부처나 산하 공공기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다 생중계됐습니다. 여기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저 대화들에 깔린 배경, 의도는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경제 기자, 전문가, 또는 일반 시민이라도 들어볼 만합니다. 저는 제 직업인지라 생중계 방송을 보고 다시 방송 전체를 모두 글로 변환시켜서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대통령은 눈 가리고 아웅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구체적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버립니다. 점잖게 알고도 모르는 척, 각본에 따라 대충 넘어가지 않습니다. 언뜻 들어보면 업무 보고회에 참석한 고위 관료나 공공기관 임원들은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어보면 국가 재정, 예산, 각종 제도와 연계되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민들도 불편할 부분들입니다. 어쩌면 표 떨어질 소리들인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솔직합니다. 그런 장면들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1.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다 민간에 공개하라 700조 원이 넘는, 항목만 해도 수만 가지가 되는 예산의 세부 자료까지 모두 민간에 공개해서 국민 모두가 들여다보고 관심 있는 분야에 의견도 내고 개선점도 제안할 수 있게 하라, 그 정도를 넘어서 공무원들이 할 일 대신 해주는 건데 예산 지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면 인센티브도 주고 지원도 하라고 합니다. 왜 민간에게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공개해서 참여를 독려하느냐? 이재명 대통령은 "(예산을) 줄여야 되는데... 기득권 때문에 못 바꾼다" "공직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는 소리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지만 그보다 저는 "예산을 줄여야 되는데 기득권 때문에 못 바꾼다"는 대통령의 말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정부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결탁해 불필요한 예산을 주거나 받아 써온 공무원 또는 '민간 기득권' 입장에서는 뜨끔할 내용입니다. 2. "세무사도 잘 못 알아먹을 정도라는데"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나온 말입니다. 세무사들도 잘 모를 정도로 조세 제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외, 예외, 예외의 예외까지 있다"라며 조세 제도를 정비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요? 국세청 공무원들뿐만이 아닙니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퇴직해서 세무사가 되지요. 국세청 공무원 출신 전관 세무사들도 '민간 기득권'들입니다. 조세제도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원래 조세제도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혼자서 스스로도 조세 납부의 의무를 다할 수 있지요. 납세는 국민의 기본 의무인데, 납세를 기본 의무로 해놓고 세무사 쓰지 않으면 많이 내고, 세무사 쓰면 덜 낼 수 있다면 그게 공정한 조세제도인가요? 기득권을 위한 조세 제도지요. 국세청이 지난 2024년 양도소득세 집행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PDF파일의 쪽수만 해도 160페이지에 이릅니다. 그 많은 세금 중 딱 하나 양도소득세의 집행기준을 설명하는 서류만 160페이지. 이 중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소유한 상태에서 동거봉양-혼인 합가시 비과세 특례를 볼까요?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겠습니까? 이걸 보고 내가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 외 1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하면 비과세를 받을 수 있겠다는 걸 해석하실 수 있는 일반 시민이라면 세무사가 필요 없겠습니다. 예외, 예외, 예외의 예외까지 만들어 놓은 조세 제도는 세무사와 세무 수수료를 맘껏 써도 되는 기득권층을 위한 제도인 것이지요. 물론 퇴직하면 세무사가 될 국세청 직원들에게도 좋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