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아들의 요리...쓸쓸하고 외로운 겨울엔 부엌에 있는 게 좋다

"요리를 배우러 다녀볼까?" 전역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아들이 심심해 죽겠다며 요리학원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10월 말에 제대한 아들은, 그동안 못다 한 게임도 실컷 하고 늦잠도 자면서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러다가 무제한으로 주어진 자유에 질렸는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요리학원에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요리를 잘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습이다. 특히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면 생활 요리를 꾸준히, 많이 해보는 게 요리 실력을 키우는 데 최고다. 하루에 한 가지씩 반찬이나 일품요리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아들에게 했다. 엄마는 가족들 끼니 걱정을 덜어 좋고 아들은 요리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기회였다. 인간이 성장하는 계절 겨울 그날부터 아들은 틈날 때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었다. 인터넷에 워낙 많은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메뉴를 떠올리고 집에 있는 식자재를 확인하면 이후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일을 벌이는데 두려움이 없는 아들은 어떤 음식이든 "그게 뭐 어렵겠어?"하며 쉽게 접근했다. 동그랑땡 한번 만들어보겠냐는 엄마의 물음에, "다진 돼지고기 준비하고, 각종 채소도 고기만 한 크기로 다지고, 잘 섞어서, 모양 만들어서, 밀가루랑 계란 묻혀서, 부치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세상 쉬운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답했다. 첫 요리는 김치볶음밥이었다. 파기름을 내는 건 어디서 봤는지 파를 잘게 써는 일부터 시작했다. 엉성한 칼질에 요리 속도는 한없이 늘어졌지만, 아들의 진지한 모습에 잔소리를 꾹 참았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자신만의 레시피가 탄생하는 게 요리라는 걸 수십 년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완성된 김치볶음밥을 오목한 그릇에 담아 가족들에게 내놓으면서 "색깔이 너무 허연데? 김치를 너무 조금 넣었나 봐"라며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도 너무 맛있다며 한 그릇을 깨끗하게 먹어주는 것뿐이었다. 이후로도 아들은 냉장고에 쪽파가 많다며 오징어 파전을, 통마늘이 있냐고 묻더니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었다. 어느 날엔 엄마가 먹고 싶다는 기름떡볶이를 해주기도 했고 동그랑땡도 말로 설명했던 것처럼 뚝딱 만들었다. 김장을 할 때 무채 썰기와 속 넣기를 함께 할 즈음에는, 어느새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