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탔다. 까치울역에서 내려 몇 분을 걷자, 낮에는 평범했을 공원의 입구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부천자연생태공원, 그리고 그 안에서 운영 중인 야간 미디어아트 공간 '루미나래'였다. 이곳은 원래 작은 동물원과 공원, 생태박물관이 함께 운영되던 장소였다. 시간이 흐르며 동물원은 문을 닫았고, 공원은 재정비를 거쳐 시민들을 위한 생태 공간으로 다시 열렸다. 그리고 최근, 또 한 번의 변화를 통해 밤에만 만날 수 있는 숲으로 탈바꿈했다. 이름처럼 빛으로 걷는 길, 루미나래다. 내가 방문한 날은 지난 12일 금요일 저녁이었다. 루미나래는 예약제로도 운영되기 때문에 주말이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나는 마지막 회차인 밤 10시에 입장했다. 날씨가 꽤 추운 편이라 관람객들은 식물원 로비에서 대기했고, 시간이 되자 안내원이 나타나 첫 번째 코스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처음 구간만큼은 모두가 함께 움직인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공폭포가 나타나는데, 이 벽면을 캔버스 삼아 빛과 영상이 흐른다. 음악이 깔리고, 폭포의 질감 위로 색이 번진다. 잠시 멈춰 서서 보고 있으면, 낮에 보았을 풍경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