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대북정책 맡길 수 없다"... 이런 말 왜 나왔을까?

대북정책을 누가 주도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일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간의 정례적인 정책공조회의 개최 방안"을 브리핑한 뒤에 수면 위로 올라온 문제다. 15일 통일부는 '이 공조회의는 한미 관세협상에 관한 후속 협의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통일부가 미국과 직접 교섭하겠다'라며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공조회의 의제를 외교·통상 문제에 국한시키고자 했다. 같은 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를 이끈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장관은 한미공조회의를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018년에 출범해 남북관계를 제약한 한미워킹그룹의 전철이 재연될 수 있다면서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기가 막힌 훈령조작사건 남북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외교문제·안보문제·국방문제·경제문제·교육문제·문화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그래서 여러 국가기관이 관여하고 있고, 각 기관의 특성이 남북문제에 투영되고 있다. 이는 대북문제에서 이따금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을 놓고 자주파와 동맹파가 갈등을 일으켰다. 자주파는 주로 통일부 인사들이었고, 동맹파는 전통적인 외교 관료들이었다. 노태우 정부 말기와 김영삼 정부 초기에는 통일부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정원)의 대립이 있었다. 1992년 9월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때 발생하고 김영삼 취임 이후인 1993년에 빅이슈가 된 훈령조작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임동원 당시 통일원차관과 이동복 안기부 제1특별보좌관이 이끄는 남측 대표단이 판문점을 통과한 그달 15일 이전에 남북 간에 사실상 합의된 것이 있었다. 남에서는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리인모)를 송환하고, 북에서는 이산가족 상호 방문에 동의하는 것이었다. 남측의 회담전략은 '이산가족 상호 방문'에 더해 '판문점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나 '납북어선인 동진호 선원들의 송환'과 관련해 북측의 추가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합의 도출이 낙관적이던 시점인 17일 오전에 안기부 내의 일부 라인이 조작한 가짜 훈령이 평양에 전달됐다. '상호 방문, 면회소, 동진호가 모두 합의되지 않으면 이인모 송환에 동의하지 말라'는 강경 지침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