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El Greco·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