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연명의료 거부 유도” vs “건보 지출 감소 효과 커”

연명의료 중단하면 건보 인센티브 윤리적 문제·재정 논리 결합에 우려 ‘3년 전 공약’ 탈모 건보 적용 꺼낸 李 “비용 부담된다면 횟수 제한 고려를”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 약속 응급실 뺑뺑이 대책 별도 보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의료 거부 신청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감면 방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존엄사’를 둘러싼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령사회와 의료비 급증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발언인 만큼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연명의료결정제도 확산을 모색하자는 취지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재정 논리가 결합되면 자기 결정권이 왜곡되거나 취약계층에 사실상 ‘죽음’ 선택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인공호흡기 착용 등 회복 가능성이 낮은 임종기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환자 스스로 사전에 결정하도록 한 제도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은 삶의 말기에 대한 철학과 품위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선택”이라며 “비용을 깎아 주겠다는 방식으로 이를 유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역시 재정 논리가 아닌 존엄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법 제1조는 연명의료 결정의 목적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취지다. 다만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를 외면할 순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령 사망자의 연명의료 비율이 현재 수준(약 70%)으로 유지되면 건강보험 연명의료비 지출은 2030년 3조원에서 2070년 17조원으로 늘어난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가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지만 실제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받은 비율은 67%에 달했다. 평소 환자의 의사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건보료 감면 논의가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거란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윤리적 논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보험료 감면은 행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가능 여부가 아니라 연명의료 결정과 보험료 감면을 연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2022년 대선 공약이었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탈모가) 예전에는 미용 문제였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보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비용과 재정 부담을 따져 횟수나 총액 제한 방식을 검토하라”며 비만 치료제 건보 적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울러 불법 개설 의료기관인 ‘사무장 병원’을 단속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여전하다”며 대책을 별도로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2029~2030년 공공의대를 신설하겠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