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도시’ 서울을 후세대에도 물려주려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한국 예술에 매료돼 서울에 온 지 40년이 됐다. 서울에는 수많은 전통 건축물이 있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종묘를 선택할 것이다. 종묘는 조선 임금들의 신주(神主)를 모시고 매년 제례를 올리는, 조선 왕조의 얼이 담긴 공간이다. 1995년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2001년에는 종묘제례와 제례악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런 아름답고 엄숙한 공간이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서울은 축복받은 수도다. 최근 세운지구 재개발을 두고 ‘개발 대 보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종묘에서 180m 떨어진 세운4구역의 고도 제한을 기존 조례상 71.9m에서 145m로 완화해 초고층 개발을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오랜만에 종묘를 찾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나는 북촌에 살았다. 동네 사람들과 ‘한사모’(한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시민운동에 참여하며 한옥 지킴이 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