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보다 무서운 건, 내 아이만 보는 마음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 반에서 열두 명이 결석했다. 이유는 독감이었다. 한 반의 절반이 거의 동시에 확진된 건 처음 보는 일이라 적잖이 놀랐지만, 아이가 크게 고생하지 않고 회복해 다시 등교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런데 결석한 친구의 안부를 묻는 통화에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아이가 언제 확진됐는지 묻더니, 반 아이들을 하나하나 따지며 누가 먼저 걸렸는지, 이른바 '감염의 근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틀 뒤 아침, 학교 앞 교통지도를 하러 간 지인의 남편도 비슷한 질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독감은 흔한 전염병이다. 누군가는 먼저 걸릴 수밖에 없고, 그 아이 역시 누군가로부터 옮았을 뿐이다. 감염의 시작을 찾아내는 일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 질문 뒤에는 '내 아이는 피해자이고, 다른 아이는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는 시선이 깔려 있는 건 아닐까.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이웃으로서 그런 태도가 오래 씁쓸하게 남았다. 이 불편함은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첫째 아이가 네 살 무렵,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몇 가정이 매주 만나 시간을 보내던 모임이 있었다. 그중 한 집에 둘째가 태어난 뒤부터, 그 아이의 아빠는 우리 아이가 가까이 오기만 해도 유난히 경계했다. 처음엔 신생아를 돌보는 마음이려니 했지만, 같은 태도가 반복되자 내 아이가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취급받는 것 같아 마음이 상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