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쿠팡 알바를 나가봐야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수도 아니고 멀쩡히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무슨 주말 알바인가 싶겠지만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그동안 너무 나태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 무장이 좀 필요했다. 주로 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을 하면서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렸달까.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체력이 좀 떨어졌던 터라,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좀 해보고 싶었다. 또한 살을 좀 빼야 할 필요를 느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살을 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으니까. 아아, 좀처럼 줄지 않는 비루한 몸뚱어리의 무게여. 쿠팡 알바 지원 전용 어플을 깔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돈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니 생활비니 하며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점차 많아지면서 조금씩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엔 이런저런 곳에서 돈을 헐어 썼지만, 이런 생활이 조금만 더 이어지면 그땐 정말 위험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도 딱히 없는데, 갑자기 중학생 1학년인 큰 아이가 여느 천재들이 그러했듯 월반하여 이른 나이에 대학에라도 들어가면 등록금부터가 걱정이 될 지경이다. 물론 이런 애비의 고민을 알고 있는 것인지 다행히도 큰 아이는 천재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평범한 중학생의 모습을 보이며 오늘도 게임에 몰두하고 있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이렇다 할 알바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다만 사회 생활을 좀 일찍이 시작한 편이었다. 이십 대 초반 친구들은 모두 군대를 갔을 때 방위산업체로 전화기를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어린 나이에 월급의 맛을 보았다. 24개월만 근무하면 공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음에도 그곳에서 4년 가까이 생활했다. 공장을 나온 이후로도 한 1년 정도 놀고 줄곧 일을 했으니, 아르바이트 경험만 많이 없을 뿐 사회생활은 꾸준히 해온 셈이다. 그러다가 사십 대 중반 쿠팡 일용직 알바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버린 것이다. 정신 무장을 좀 하려고. 체력을 좀 키우려고. 살을 좀 빼려고. 그리고 돈을 좀 벌어보려고. 최근 쿠팡에서는 이런저런 사회적인 사건사고 문제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그런 이야기는 차치하기로 하자. 그저 투잡으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일개 일용직 희망자에게 그런 거대 담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렴.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