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김치가 오늘 도착했다. J사의 10kg 단위로 포장된 제품이었다. 시어머니께서 투병 중에 돌아가시고, 친정엄마께서 파킨슨 진단을 받으신 이후로 우리 집 김치 수급은 뚝 끊겼다. 나름 절인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보기도 했으나, 숱한 실패를 거듭하며 우리는 결심했다. 맛있는 김치를 사 먹는 게 낫겠다고. 그때부터 몇몇 김치 브랜드를 거쳐 우리는 이 J사에 정착했다. 입맛에 딱 맞았고, 포장도 깔끔했다. 무엇보다 문 앞까지 가져다주니 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김치는 '사는 것'이 되었고, 그 선택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지난 12일 금요일에 주문해 화요일인 16일에 김치를 받았다. 4일 만의 배송이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주말 내내 김치 없이 밥을 먹으며 초조했다. 혹시 주문이 누락된 건 아닐까, 착오가 있었던 건 아닐까. 곰곰 생각해 보니 문제는 배송 기간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을 받기까지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 시간을 계산해 미리 주문하는 것도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이 기본값이 된 삶을 오래 살아온 탓에 고작 4일의 기다림이 불안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한 마디로 빠른 주문, 빠른 결제, 빠른 배송. 나는 그 리듬에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요즘 나는 '쿠팡 자제'를 실천 중이다. 거창한 불매 운동은 아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팬데믹 때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쿠팡에 내가 얼마나 익숙해져 있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쿠팡 없이 못 살았던 애용자 나와 우리 가족은 쿠팡 애용자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쿠팡으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쿠팡을 통하여 구매됐다. 이웃들 간에 "오늘 저녁 메뉴가 뭐야?"라는 질문에 "우리 저녁은 쿠팡이 차려줘"라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는 것은 참 익숙한 풍경이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야", "쿠팡엔 없는 게 없잖아", "저렴한데 무료로 배송까지 해주니까", "후기 잘 살피면 질도 나쁘지 않아."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