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세 명이 주인공인 TV조선 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에 대해 나는 기대가 컸다. 제목부터가 '다음 생은 없으니까'라니, 여성들이 '다음 생이 없을 것처럼'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을 것 같아서 였다. 드라마 초반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41살의 세 친구 나정(김희선), 주영(한혜진), 일리(진서연)가 마음을 털어놓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여성들의 다양한 삶과 욕망을 잘 그리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나정의 회사 생활이 극의 중심이 되면서 스멀스멀 불편감이 몰려왔다. '여자의 적은 여자(아래 여적여)'의 시선으로 여자들의 직장생활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여적여'에 머물지만은 않았다. 조금씩 '여적여'에 갇힌 마음의 이유를 알아차리고, 이를 용기 있게 직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드라마의 여성들이 뿌리 깊은 '여적여'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연대의 길로 나아간 방법을 살펴본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 '여적여'는 남성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관계를 바라보는 프레임이다. 여성들 간의 다양한 관계와 갈등 그리고 경쟁을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배제한 채 여성 자체의 문제라 이야기한다. 지난 9월엔 이재명 대통령도 2030 청년 소통 공감 콘서트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여적여'의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거 이해하는데, 그럴 수 있잖아요. 그죠?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생은 없으니까>에는 바로 이 '여적여'의 클리셰를 보여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나정의 동창인 미숙(한지혜)이다. 미숙은 나정과 같이 스위트 홈쇼핑에 쇼호스트로 취업을 한다. 그런데 나정을 '경쟁 상대'로 본 나머지 나정이 조금만 인정받는 듯해도 깎아내리려 하고, 다른 입사 동기들을 부추겨 나정을 따돌리기도 한다. 나정의 후배였지만 재취업 후 나정의 사수가 된 예나(고원희)도 마찬가지다. 예나는 신입시절 나정에게 일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능력있는 나정이 재취업하자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며 나정을 괴롭힌다. 4회와 5회, 나정은 벌에 쏘여 큰일 날 뻔한 예나를 병원으로 옮겨 살리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예나를 위해 잡지 인터뷰까지 섭외해주지만, 예나는 "워킹맘이 뭐 벼슬이야?"(5회) 날카롭게 대할 뿐이다. 나정이 존경하던 상무 경선(김영아)도 그렇다. 워킹맘으로서 임원 자리에 오른 경선은 워킹맘 나정의 사정을 배려해주기 보다는 오히려 "회사에선 애는 잊어"(2회)라며 독하게 대한다. 본부장인 남편 정식(이관훈)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켰을 때도, 진실을 덮으려고만 한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도 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