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머리 있는 대통령' 덕에 한숨 돌렸지만,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

내란의 광풍을 견디어내고, 대선을 통해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일머리 있는 대통령'의 여러 성과로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12.3 계엄과 뒤이은 일련의 정치적 혼란이 가져온 스트레스로부터 국민들은 많이 자유로워졌다. 우리 땅에서 '최소치의 민주주의'는 실현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 안도의 분위기에서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슴 밑바닥에 쟁여두고 있다. 왜 그럴까? 보다 협소해지는 경제성장의 가능성, AI 시대의 성공과 함께 다가올 일자리 상실,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 늘어나는 일회용품만큼이나 심각해지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여전히 국민들의 뒷덜미를 사로잡고 있는 소비주의와 성장주의 신화. '시험' 하나로 능력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한 사람의 등급이 매겨지고 사회적 존중과 경제적 보상이 결정되는 격차 사회. 특히 한국의 능력주의는 능력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저 학벌주의일 뿐이다. 이는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낙오자라 생각하는 20, 30대 청년들의 분노·절망감과 승자들의 교만·정신적 피폐는 '혐오의 정치화'를 양산하고 있다. 이 모든 사회 현상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지금 아우성을 듣고 있다. '일머리 있는 대통령'이 집행하는 실사구시의 정책들이 실행되어 민생문제가 해결되고 경제성과를 거두는 것은 당장의 과제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의 총합이 여전히 성장주의와 소비주의로 환원된다면, 대다수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가능해질까? 12월 5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과 포럼 사의재가 공동주최한 대토론회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다시 함께 쓰다>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6개 도시(대구, 광주, 부산, 대전, 춘천, 서울)에서 진행된 토론회의 결과로 나온 보고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각 지역의 현실인식과 과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이루어진 자리였다. 보고서는 제도 개혁에 대한 당면한 핵심과제로 1) 헌정질서의 건전성 회복, 2) 정치시스템의 대표성·책임성 강화와 승자독식 구조 해체, 3) 시민역량 및 문화 강화와 민주주의 교육 정상화, 4) 공론장 재건과 포용성 확대, 혐오·음모론 대응을 제안하였다. 특히 이 토론회는 각 지역의 특수성과 불균형 문제를 분석하고 여러 제안을 내놓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런 임박한 과제들을 실행으로 옮길 박차가 필요하다. 이제 6개월이 지난 새 민주정부가 내놓은 여러 정책과 공약들은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지만, 이를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에게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치권이 약속하는, '개혁을 지향하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하는 정책들'이 모여 만드는 '미래세계'를 상상하고 그 전체 그림을 그려보는 사회적 토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상상력도 중요하다. 급하게 밀려오는 AI 기술이나 산업적인 도전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칭찬할 만하지만, 내년 R&D 예산에서 인문학 예산이 0.93%에 불과하다는 것은 슬픈 소식이다. 성장단계의 청소년들이 AI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면, 사고능력이 현격히 낮아지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휴머니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문학 연구나 교육의 강화 없이 AI 시대를 제대로 살아낼 수 없다. 정부의 대응 전략에서 중장기적 비전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궁금하다.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시민사회의 활성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