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되묻게 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사진 속에는 쥐끈끈이에 붙잡힌 노랑턱멧새와 작은땃쥐가 있었다. 몸부림의 흔적이 선명했고, 끝내 움직임을 멈춘 자리에는 깃털과 털이 뒤엉켜 남아 있었다. 포획이라기보다 방치에 가까운 죽음이었다. 잡히지 않은 너구리, 대신 사라진 생명들 제보자는 이 사진이 지난 11월 1일 세종국립수목원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는 이른바 '쥐덧'이라 불리는 쥐끈끈이가 수십 장 설치돼 있었다. 생명을 연구하고 보전해야 할 국립수목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수목원 측은 안내문을 통해 "너구리가 안전한 장소로 인식해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어, 친환경적으로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쥐끈끈이를 '친환경'이라 부르는 인식 앞에서 다소 말문이 막혔다. 제보자는 국립수목원 전시원실 관계자가 '개선충에 걸린 너구리가 돌아다닌다는 민원이 있었고, 이를 포획하기 위해 너구리가 활동하는 지역에 쥐덧을 설치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분명했다. 너구리는 잡히지 않았고, 전혀 관계없는 야생조류와 소형 포유류만 죽어 나갔다. 노랑턱멧새는 지상에서 먹이를 찾는 종이며 작은땃쥐 역시 낙엽층을 오가며 활동하는 종이다. 그 외에도 잠자리와 거미 등 수많은 곤충들이 쥐끈끈이에 붙잡혀 생을 마감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쥐덧을 이용해 너구리 화장실 이전을 추진한다는 생각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모르면 최소한의 자문이라도 받았어야 하지 않을까? 질병에 걸린 너구리가 확인됐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 격리·치료하는 것이 표준적인 대응이다. 화재 발생 시 119에 신고하듯, 야생동물 문제 역시 관계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기본 절차다. 이는 일선 행정기관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국립수목원은 위험성이 큰 포획 도구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