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에서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렸다. 해마다 조형물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규모도 커졌지만, 올해 유독 인파로 붐비는 구간이 있었다. 청계천을 따라 줄지어 설치된 100여 마리의 '잉어킹 불빛초롱' 앞이었다. 지난 17일, 이 곳을 찾았다. '포켓몬고' 게임을 몇 년째 즐기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화면 속에서, 그리고 도감 속에서 수도 없이 만나왔던 잉어킹이 현실 공간에서 빛으로 떠올라 있었다. 광교에서 장통교까지 이어진 약 70미터 구간, 크고 작은 잉어킹들이 물길을 따라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잉어킹들을 보며 든 생각 잉어킹은 포켓몬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캐릭터다. 능력치는 낮고, 기술은 '튀어 오르기' 하나 뿐. 배틀에서도 레이드(협력 게임)에서도 거의 쓸모가 없다. 대신 잘 키우면 갸라도스로 진화한다는 설정 덕분에 '결국엔 강해지는 존재'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사실 잘 키우는 조건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청계천에 설치된 잉어킹 조형물은 그 상징성을 살뜰하게 살렸다. 표정이 조금씩 다른 잉어킹들이 물 위에 떠 있고, 일부는 번쩍이는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진행 방향 끝에는 폭포 형태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이 된다는 '등용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빛초롱축제에서 선보인 잉어킹 테마는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중 하나가 '황금잉어킹 찾기'였다. 붉은빛 잉어킹들 사이에서 단 한 마리만 황금색으로 빛나도록 연출된 조형물을 찾아보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서 색이 다른 잉어킹을 만나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운이 필요한 일이다. 반면 청계천에서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황금잉어킹이 다른 잉어킹들과 함께 유유히 물길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눈에 띄게 다르지만, 그렇다고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고, 축제의 화려하고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긴 여운을 남겼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