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골목 안쪽. 오피스 빌딩과 관공서가 서늘한 위엄을 드러내는 거리 한쪽에 화상이 운영하는 오래된 중국집 ‘가봉루’가 있다. 간판만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특별히 눈에 띄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집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왜 반세기 넘게 이 자리를 지켜왔는지 이유를 능히 짐작하게 된다. 가봉루는 1972년 처음 불을 밝혔다. 아마도 당연히 그 시절 광화문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경복궁 관내에 중앙청이 자리 잡고 있었고, 동아일보 기자들은 1926년 지어진 사옥(현 일민미술관)에서 일하며 사회적인 불의와 권력의 음험한 욕망을 섬세한 눈으로 톺아보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높은 빌딩도, 세련된 카페도 거의 없던 때 뜨거운 웍질 소리와 달큼한 양파 냄새를 풍기며 문을 연 작은 중국집은, 어쩌면 당시 직장인들에게 점심의 피난처 같은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맛과 사람 냄새가 50년이 넘도록 이어져 노포라는 말이 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