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여행을 다녀왔다. 주제는 ‘정원’이었다. 건축가와 조경가도 함께한 여행이라 내심 기대가 컸다. 10여 년 전 교토의 금각사와 은각사, 청수사의 정원을 둘러본 적이 있지만, 무지렁이 때의 일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여행은 정원에 담긴 일본의 미학이 한국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 또 내 선입견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첫 번째 목적지는 사이호지(西芳寺)였다. 정원 전체에 120여 종의 이끼가 덮여 있어 ‘이끼 정원’으로 불린다. 중앙 연못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며 정원을 감상하는 지천회유식 정원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개울과 경사를 따라 구릉처럼 펼쳐지는 정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초록 이끼로 뒤덮여 있었고, 단풍나무는 빨갛고 노란 군락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흔히 일본 정원이라고 하면 인공적이라는 설명이 공식처럼 따라붙는다. 과연 그럴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한 번도 인간에게 들키지 않은 채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초월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