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른 아침,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운동 계곡의 국립진안고원산림치유원 방문자센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방문자센터 내부로 들어서자, 높이 10m가 넘는 우람한 소나무 원목 줄기 조형물이 홀로 들어서는 방문자를 맞았다. 이 조형물의 유래가 방문자 센터 한쪽에 설명되어 있었다. 솔정지. 이 소나무는 1770년대부터 이 숲에 자라온 것으로, '솔'은 소나무를 말하고 '정지'는 사람들이 쉬어가던 정자를 의미한다. 땔감을 하러 오가던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으며, 2022년 수명을 다한 소나무를 복원하여 산림치유원 방문객의 쉼터로 다시 서게 되었다. 방문자센터의 이 솔정지 조형물은 이곳이 자연과 사람의 기억을 치유의 자산으로 삼고 있음을 말없이 보여주었다. 맑은 숲속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충전하는 곳 진안 백운동 솔정지 소나무가 서 있던 곳까지 계곡물은 오랫동안 평화롭게 흘러왔다. 덕태산(1113m)의 산세는 완만하여 계곡 물살도 급하지 않았고, 농사를 지을 만한 평지도 제법 형성되어 있었다. 백운동 사람들은 솔정지 아래에서 아랫마을 사람들을 만나 세상 소식을 나누고, 서로 필요한 물건을 바꾸기도 했다. 이곳 솔정지의 노송은 수백 년 동안 백운동에 자리잡은 사람들과 아랫마을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이었다. 이 솔정지 아래는 백운동과 아랫마을 사람들의 경계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며, 서로의 삶의 영역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지역에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수백 년 동안 쉼터로 기능하던 이 소나무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백운동 사람들이 아랫마을로 내려오게 되면서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고 한다. 이 나무는 수명을 다한 뒤에도 백운동 솔정지의 기억으로 남았고, 산림치유원 방문자센터에서 다시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진안 백운동 계곡에 조성된 국립진안고원산림치유원은 지난 11월 개원했으며, 산림 속에서 국민의 심신 치유를 돕고 서남권 산림복지 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지역 사회와 연계한 치유, '힐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이곳 산림치유원에서 덕태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고원순환길 등산로는 임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겨울 아침의 맑은 숲속 공기를 들이마시며, 홀로 걷는 산길은 치유의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산림치유원의 하늘동을 지나서 고원순환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원순환길은 고원치유정원, 자작나무 그림숲, 잣나무 바람숲, 물소리 쉼터, 참나무 햇살숲, 단풍나무 하늘숲, 음이온 명상숲을 차례로 거쳐 다시 방문자센터로 돌아오는 총 6.6km 임도였다. 오르막길을 한참 걸어서 고원치유정원에 이르렀다. 멀리 산자락의 겨울나무에 서리가 내려서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산짐승의 부드러운 털처럼 보였다. 고원순환길 임도에서 덕태산 정상길이 나뉘는 삼거리를 지났다. 자작나무 그림숲이 펼쳐졌다.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들이 길을 따라 이어지며 시야와 호흡을 동시에 열어주는 걷기 구간이었다. 이제 내리막길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