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편지를 새긴 마을, 그곳에 있는 특별한 정자

전남 영암 구림마을. 주홍빛 단내 머금은 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이른바 '까치밥'이다. 땅 위엔 나뭇잎이 수북하다. 겨울로 가는 골목이다. 그 길에서 이순신 장군이 비석으로 서 있다. 비석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가 새겨져 있다.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입니다'라는 해석이 붙어 있다. 오른쪽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의 한문이 빼곡하다. 한문은 이순신 장군이 친구인 사헌부지평 현덕승(1555~1627)에게 1593년 7월 17일 보낸 편지글이다. 왼편에는 이순신 초상화와 함께 이순신과 영암 이야기가 적혀 있다. '호남은 나라의 울타리입니다.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진을 한산도로 옮겨 치고 바닷길을 가로막을 계획입니다.' 편지글에 나오는 '호남국가지보장 약무호남 시무국가(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를 강조한 비석이다. 지난 6일과 9일, 구림마을을 찾았다. 이순신 편지 글을 새긴 비석 비석은 현덕승이 살던 옛집 앞에 세워져 있다. 옛집은 죽림정이 있는 연주현씨(延州玄氏) 종갓집을 가리킨다. 죽림정에 이순신의 친필 편지가 복사본으로 전시돼 있다. "제 선조이신 현덕승, 현건 할아버지께서 이순신 장군한테 일곱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옛 어른께서 편지 원본을 덕수이씨 문중 어른께 줬다고 합니다. 원본은 지금 현충사에 보관돼 있어요. 국보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 편지를 제가 복사해 왔습니다." 현삼식 어르신의 말이다. 현 어르신은 같은 자리에서 400년 넘게 살아온 연주현씨 사직공파 종손이다. 죽림정(竹林亭)은 죽림 현징(1629~1702)이 지었다. 현건의 손자 현징은 왕인박사 배움터인 문산재를 복원하고 학당을 열어 인재를 키웠다. 숙부 현덕승을 향한 현징의 마음이 죽림칠현을 연상케 한다고 '죽림정'으로 이름 붙여졌다. 죽림정엔 영암으로 유배된 문곡 김수항과 우암 송시열의 흔적도 남아있다. 죽림정 주변엔 오랜 풍상을 이겨낸 동백나무와 벽오동나무가 있다. 숙종이 하사했다는 회화나무의 후계목인 어린 회화나무도 있다. 입구에는 팽나무 노거수 두 그루가 대문인 것처럼 서 있다. 팽나무와 정자를 대숲이 연결하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