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1920년생인 그는 당시 101세. 17세 때 도산 안창호의 설교를 듣고 뜻을 세우고, 시인 윤동주와는 어릴 적 친구였다. 대학에선 고 김수환 추기경과 동문수학했고, 교사 시절에는 고 정진석 추기경을 길러낸, 후회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우리 시대 큰 어른. 하지만 그는 “교수 때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는데, 스승이란 사람이 월급 오르고 보너스 나왔다고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다”라며 “요즘도 일기를 쓰면서 매일매일 실수를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책은 저명한 경영사상가이자 영국의 싱크탱크인 세인트조지하우스 소장과 왕립예술학회장을 지낸 저자(1932∼2024)가 병상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한 단상을 담았다. “‘저기요. 지금 거짓말하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 가끔 맞는 글자를 찍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제가 당신의 시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