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영상 광고와 뉴미디어가 등장하자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간 경계는 빠르게 흐려졌다. 한때 수동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그쳤던 소비자의 주체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생산자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여기에 민주화 열기가 가세하자, ‘통속(通俗)’ 문화를 저속한 것으로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통속의 의미가 변화하는 역사를 짚은 학술서다. 식민지 시기와 광복 전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대 등 시기별로 발간된 신문과 잡지, 사전, 비평문을 촘촘하게 분석해 통속이라는 개념이 소위 지식인과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다층적으로 살핀다. 한국 문화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썼다. 통속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저자는 “통속이 갖는 의미는 시대별로 정치사회적, 문화적 조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1960년 4·19혁명을 제시한다. 당시 정치적, 문화적 주체로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