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중재 지속가능하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 조정위원으로 1년간 활동하면서 ‘인간의 고통’과 ‘의료의 한계’가 교차하는 순간을 수없이 마주했다. 회의실에 들어서면 늘 2개의 서로 다른 시선이 나를 기다렸다. 한쪽은 억울함과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환자와 그 가족의 것이었다. 다른 한쪽에는 당황스러움과 부담감을 숨기지 못하는 의료진의 눈빛이 있었다. 팽팽한 긴장과 무거운 공기한국에서 의료분쟁 조정이 본격화한 것은 2012년부터다. 그해 중재원이 출범하면서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을 하지 않고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의료분쟁 조정 절차가 개시된 사건 중 67.9%는 당사자 간 합의나 조정이 성립됐다. 미국·영국 등 의료 선진국의 중재·조정 성공률(70~80%)보다는 다소 낮지만 국제 기준에 근접한 것은 분명하다. 단,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조정 현장에서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과 무거운 공기가 느껴진다. 치아 교정 후 10여 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