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실수로 태어난 초간단 크리스마스 리스

12월 거리는 어느새 곳곳에 트리가 세워지고, 상점 스피커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온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도 알록달록한 전구 장식으로 단장하고 불을 밝혔다.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들뜨는 시기이다. 초록, 빨강, 흰색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은 거리 장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진한 초록의 잎채소, 방울토마토의 선명한 빨강, 리코타치즈의 깨끗한 흰색으로 식탁 위에는 한 폭의 크리스마스 그림이 완성된다. 사실 이 음식들은 나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마켓에서 채소를 주문한 걸 잊고 장을 봤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자 식탁에는 국과 찌개 등 따뜻한 음식이 자주 올랐다. 자연스럽게 생채소를 먹는 날이 줄었고, 속이 더부룩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다시 잎채소를 식탁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꼴라를 주문하려고 온라인 마켓을 둘러보던 중, 산지직송 'GAP 인증 유러피안 샐러드' 채소를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다. '원하시면 루꼴라와 딜을 다른 채소보다 더 많이 담아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차, 싶었지만 루꼴라 100g에 보통 삼천원 정도를 생각하면, 여러 잎채소를 함께 구성해 700g을 판매한다는 설명은 매력적이었다. 오프라인 마켓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유러피안 잎채소는 GAP 인증까지 갖췄음에도 가격은 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틀 뒤, 주문한 채소는 까맣게 잊은 채 장을 보러 나갔다. 월남쌈을 해 먹겠다며 오이, 깻잎, 무순과 방울토마토를 한 아름 사왔다. 곧, 집 앞엔 도착한 택배 박스를 보고 아차 싶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700g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문득 달력을 봤다.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였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과 방금 온 초록 가득한 채소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식탁 위로 옮기기로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