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평생 이런 송년회는 처음입니다

12월이 가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 송년회 횟수가 잦다. 나는 직장인도 아니면서 몇 번을 송년회를 하고 있다. 내 삶은 마치 젊은 날 전성기와 다르지 않다. 이 나이에 전성기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생소하다. 글 쓴 시기가 6년 차지만 나는 아직도 문인이라는 말이 낯설다. 그렇다고 문인들이 주최하는 송년회에 모두 참여하는 건 아니다. 내가 무슨 유명 한 사람도 아닌데, 여기저기 얼굴 보이는 건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이 자기 자리를 알고 행동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말을 조심하듯 몸이 가는 자리도 잘 가려야 한다. 그런데 목요반 글쓰기 송년 모임은 특별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송년 모임과는 결이 달랐고 재미 있으며 의미도 달랐다. 주선하는 작가님의 기획 때문 일 것이다. 내 나이 80이 넘도록 처음 경험해 보는 송년 모임이다. 머리에 빨간 뿔 머리핀까지 꽂고, 분위기를 띄우는 마음 자세부터 달랐다. 나 젊을 때는 송년회라는 말을 듣기도 어려웠다. 살면서 송년회란 식당에 모여 밥이나 한 끼 먹으며 덕담이나 나누는 수준이었다. 우리의 젊은 날 어둡던 시대는 사라지고 지금은 완전히 질적으로 풍요롭고 다른 세상이다. 며칠 전부터 목요반 글쓰기 모임 창에 송년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 선물 2만원 선 아래 챙겨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두 기다리고 설레던 날이 어느 사이 어제가 되었다. 시간은 어김없이 잘도 가고 약속된 날이다. 연말이라서 분위기를 내려는 듯 평소에 자주 먹던 집밥이 아닌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모이라는 공지가 톡 방에 올라왔다. 나는 그곳이 어딘지 몰라 "반장님 , 나를 좀 데리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작가님에게 답장 톡이 왔다. "그 레스토랑, 선생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에요." 하고 지리를 알려 준다. 아!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동네에 어떤 맛집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살고 있었다. 먹는 일에 무심한지 아니면 젊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에 어두운지. 레스토랑은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선호 하는 장소다.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곳. 노 부부만 사는 우리는 외식도 잘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고 있을까, 젊은 사람들처럼 외식도 하고 가끔 나들이도 하면서 문화 생활을 누려도 되련만, 남편은 오로지 집밥만 고집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다가 생을 마칠 생각인가보다. 삶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