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정희야. 아직도 너의 카톡 프로필은 태국 파타야에서 여행 중이다. 가끔 지칠 때면 추모관에서 한없이 울고 다시 다짐한다. '무너지지 말자.' 우리 가족을 파괴한 주범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영원한 김정희의 남편이자 김예찬, 김유찬의 아빠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오늘도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짐한다."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영헌씨 아내와 두 아들을 먼저 보낸 유가족의 절절한 편지에 푸른색 조끼를 입고 "진상규명"이 적힌 모자를 쓴 다른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오열했다. 함께 자리한 노란 점퍼를 입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보라색 목도리를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에 모여 진상규명, 독립적 사고조사위원회 즉각 설립,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위로의 말 필요 없다, 진짜 위로는 진상규명"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 시민추모대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빗속에서 열린 추모대회에는 위 세 참사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화성 씨랜드 참사·인천 인헌동 화재 참사·광주 학동 붕괴 참사 유가족 및 산업재해 유가족 김미숙(고 김용균씨 어머니)·이용관(고 이한빛 PD 아버지)씨를 비롯해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유가족 측과 추모대회를 함께 주최한 국토교통부를 대표해 강희업 차관과 방현하 피해자지원단장이 현장에 자리했으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박석운 사회대개혁위원장 등도 추모대회를 찾았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대회 무대에 올라 "저는 이번 참사로 아버지 김덕원, 어머니 정선숙, 남동생 김강헌을 잃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여기 계신 희생자 179분의 유가족들과 새 가족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가족 3명에 더해) 179분의 유가족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유가족들은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무엇이 달라졌는가. 답은 참담합니다. 책임자 처벌 0건. 정보공개 0건. 179분이 희생된 이 참사에서 국가는 단 한 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유가족에게 단 한 장의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아래 항철위)는 지난 1년 간 셀프조사와 밀실조사로 일관했고, 유가족이 질문하면 침묵했으며, 자료를 요구하면 국제규정 뒤에 숨어 있었다"며 최근 유가족들의 삭발과 노숙으로 이어진 항철위의 공청회 개최 시도를 지적했다. "(항철위가 개최하려다 철회한) 공청회에서 유가족들에게 허락됐던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참석 유가족을 20명으로 제한하라. 유가족은 직접 발언하지 말라. 유가족이 지정한 전문가만 발언할 수 있다. 그 전문가 명단을 5일 안에 제출하라. 이것이 과연 179명의 희생 앞에 서 있는 국가 조사기구의 태도입니까. (공청회는) 정부와 조사기구가 이미 정해놓은 결론을 1주기 이전에 포장해 발표하려는 시도였으며 유가족에게 '조용히 받아들이라'는 통보였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깎고 노숙하며 시민사회와 사생결단의 자세로 막아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제 다시는 국가의 치졸한 모습을 유가족 앞에서 보여주지 말아 달라.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 진짜 위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며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기억해 달라. 외면하지 말아 달라. 이제부터는 정말 함께 해달라. 진실을 밝히는 일은 유가족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이 사회가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