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중년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왔습니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50세를 넘었고 여성 역시 40대 후반에 이르렀습니다. 연령별 이혼율은 남성은 40대 후반, 여성은 40대 초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혼은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려온 '젊은 부부의 실패담'이 아니라, 중년의 삶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숫자로만 보던 변화는 어느 순간, 제 삶 가까이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부부가 등장해 자신들의 속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장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제 삶도 버거운데, 남의 이혼 이야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으니까요. 방송까지 나와서 왜 저럴까, '막장 부부'라는 편견 그런데 요즘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JTBC <이혼숙려캠프>입니다. OTT로 1화부터 정주행하고 있지만, 매회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집니다. 이른바 '막장 부부'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불편한 감정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아니, 대체 왜 저러고 살아?" <이혼숙려캠프>에 같이 출연한 같은 기수가 이런 말을 할 정도의 상황도 등장합니다. 방송을 보면서 저 역시 입에 달고 살던 말입니다. '가사조사' 과정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은 매우 적나라합니다. 카메라 앞임에도 서로 욕하고, 소리 지르고, 의심하고, 무시하며, 막말로 상처를 주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외도와 폭력, 거짓말, 가장의 경제적 무책임과 무능력까지, 관계가 바닥까지 내려간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왜 방송에까지 나와서 저러는 걸까. 출연료를 많이 주나?'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극단적인 감정 표현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들. 화면 속 부부들을 보며 사실 안도했습니다. 적어도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고성이 오가지도 않고, 서로를 공개적으로 모욕하지도 않습니다. 경제적 무능함, 외도와 폭력도 없는 괜찮은 결혼생활, 괜찮은 남편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습니다. 과연 저는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었을까요 "제가 제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까 너무 심하더라고요. 몰랐어요. 보는데 정말 한심했어요." 가사조사에서 모니터를 통해 자기 모습을 본 한 참가자(남편)의 말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하고,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는 마음에 변화가 이는 순간입니다. 회차를 거듭하며 이러한 장면을 자주 접하면서, '그나마 저들보다 괜찮은 결혼생활'이라는 생각이 저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과연 제가 저들보다 나을까요'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혼숙려캠프>에 나온 부부는 분명 문제가 많고, 때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만큼 최악입니다. 며칠간의 합숙 프로그램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가사조사, 심리상담, 부부 상황극, 최종 조정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이 눈에 담겼습니다. 서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장면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분명 희망의 불씨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해결을 시도해 보겠다는 의지로 공개적인 자리에 섰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민낯이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계를 끝내기 전에 한 번은 노력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몰랐어요. 남편이 저런 상처가 있는 줄… 가끔 얘기하긴 했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