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주말농장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습니다." 텃밭 주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날은 마지막 농작물인 김장 배추를 뽑던 날이었다. 내년 봄을 계획하고 떠올리던 생각이 한꺼번에 멈췄다. 손자와 무엇을 심을지, 언제 씨앗을 뿌릴지에 대한 계획도 그 자리에서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가꾸던 그 땅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나는 올해 봄부터 주말농장 형태로 분양된 텃밭을 가꿨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에 살고 있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빠르게 늘어났던 곳이긴 해도 타 지역에 비해 넉넉한 녹지공간과 농토가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텃밭은 번화가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고, 공원과 숲이 가까웠다. 텃밭에 들어서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농촌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넓은 땅에 집 한 채(땅주인의 집)만 있고 사방이 모두 흙냄새 물씬 풍기는 밭이었다. 그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봄에는 여러 채소를 심어 먹었고, 가을에는 배추를 심어 김장까지 했다. 가장 소중했던 건 손자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날마다 텃밭에 가 물을 주고 풀을 뽑았다. 흙을 만지고, 계절이 바뀌는 걸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