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 의원과 나는 세비 이외의 수당금은 받지 않기로 하고 이 뜻을 연서로 국회의장에게 통고했다. … 통고문이 국회 회람장에 올려져 의원석에 돌려지고 있었다. 그것을 나보다 먼저 보고 정 의원이 내게 가지고 왔다. 그 회람장의 통고문 여백에는 ‘네놈은 돈이 많아서 그러느냐’, ‘너는 애국자가 되어서 다르구나’ 하는 온갖 야유와 욕설이 나열돼 있었다.” 제헌국회의원 신현모 선생(1894∼1975)은 유고 ‘필부불가탈지(匹夫不可奪志)’를 통해 제헌국회 당시 벌어졌던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신 선생은 수양동우회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한국민주당 소속으로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인물. 이 이야기는 그 아들(신광순 조선어학회선열유족회 초대 회장)이 30여 년 전 펴낸 유고 등을 통해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글 ‘나라와 말글에 바친 삶’에 담겼다.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시대의 얼굴들: 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