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7시, 노원도봉교육희망네트워크가 마련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학교폭력 새로 보기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날 사회를 맡아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흔히 '불금'이라 부르는 시간에 토론회를 여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토론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가득 찼습니다. 참석자 가운데는 학부모가 가장 많았고, 여러 기관에서 온 사람들과 교사들도 함께했습니다. 그 모습만 보아도 학교 폭력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 가장 자주 드러난 감정은 분노보다 불안과 다급함이었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학교폭력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일이 우리 아이 이름으로, 우리 집안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제 학교폭력은 몇몇 가정이나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 학생이든 가해 학생이든, 일이 벌어지는 순간부터 아이와 부모, 온 가족의 삶이 함께 흔들립니다. 아이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삶을 무너뜨릴 만큼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고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은 곧바로 법의 말로 옮겨지고, 아이들 사이의 관계는 숫자와 문장 속에서 갈라져 버립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해야 할 질문, "이 아이들 관계를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좀처럼 다뤄지지 않습니다. 2024년에 도입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사의 행정 부담을 덜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아이들 이야기는 더 잘게 나뉘었고, 벌을 중심에 둔 응보의 논리는 오히려 더 굳어졌습니다. 학교폭력이 '사건'으로만 남고, 아이들의 '삶의 문제'로 다뤄지지 못하는 틀이 굳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부모의 분노가 아이의 반성을 가로막을 때 가해 부모 특별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안타까운 모습은, 부모의 방어가 아이의 돌아봄을 대신해 버리는 순간입니다. "상대가 먼저 시작했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