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위 비단 덮개, 그 보드라운 맛을 아시나요

12월 22일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다. 겨울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날 붉은 팥죽을 나누며 액운을 쫓고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모진 겨울을 나기 위한 가장 지혜롭고도 따뜻한 풍습이었던 셈이다. 기억 속 어린 시절의 겨울은 오늘날의 추위와는 그 결부터 사뭇 달랐다. 아침 일찍 세수를 마치고 무심코 무쇠 문고리를 잡으면, 손바닥이 '쩍쩍' 달라붙을 만큼 매서운 냉기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문밖의 바람은 문풍지를 사정 없이 떨게 하며 매서운 존재감을 과시하곤 했다. 동장군의 서슬이 시퍼렇게 날 서 있던 그 동지 섣달의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방안의 온기와 팥죽 한 그릇의 소중함을 가르쳐준 엄한 스승이었다. 어린 날의 따뜻한 기억 어둠이 가장 깊게 내려앉은 저녁이 되면, 우리 가족은 낮은 밥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온돌방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아궁이에 가득 지핀 군불 덕에 아랫목의 온기가 엉덩이를 타고 기분 좋게 번져올 즈음, 어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정성스레 내려놓으셨다. 방 안을 가득 채운 고소하고 달큰한 향기가 차가운 공기를 단숨에 녹여내던 순간이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