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폭력 논란, 사제지간이라도 저런 식은 안된다

이번 스포츠저널리즘 연구회 토론은 최근 불거진 신태용 감독의 폭력 이슈로 구성했다. 프로축구 울산 HD의 정승현 선수가 시즌 마지막 경기 뒤 미디어를 상대로 신태용 감독의 폭력 행위를 고발했고, 그 자체로 축구인들과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한축구협회도 진상 파악 등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회원들은 8월 신태용 감독이 울산 선수단 상견례장에서 정승현과 인사하면서 얼굴에 손찌검한 동영상을 본 뒤 의견을 나눴다. 토론 참가자: 장익영 한체대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강국진 서울신문 부장,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일시: 12월7일 줌 토론. 사회자: 신태용 감독 폭력 이슈는 8월 울산 HD 감독으로 부임한 신 감독이 선수단 상견례 당일 국가대표 수비수 정승현의 뺨에 손을 댄 사건이다. 신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시절부터 지도한 정승현과 만나 반갑다고 하면서 뺨을 친 것인데, 그것이 선수 입장에서는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고,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저도 '징계 위기'라고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신 감독과 통화를 하지 못하고 쓴 점을 반성한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선수에게 친밀감을 표시할 때,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제관계라고 명명하는 것조차 일방적일 수 있다. 김세훈 기자: 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선수를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였다. 신 감독의 표정이 밝은데, 새로 팀을 맡아 그랬을 것 같다. 정승현의 경우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데, 신 감독이 키워준 선수로 볼 수 있다. 반갑다는 표정으로 뺨을 툭 쳤는데, 툭 치는 것치고는 조금 세게 때렸다. 정승현 입장에서는 나이도 서른을 넘었고, 고의가 아니라고 해도 뺨 맞은 것 자체가 기분이 안 좋았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신 감독이 선수들 훈련 과정에서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니까 불러서 귀에다 호루라기를 불었다고 한다. 신 감독이 대놓고 누구를 때린 것이 아니어서, 본인은 자신의 행동을 폭행이라고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해는 하지만 기분이 상하고, 비슷한 행동들이 반복되고, 무시당한다고 느끼면서 감독을 따르지 않게 된 것 같다. 신 감독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 경기 뒤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물갈이하겠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러면 선수들이 술렁인다. 그때부터 신 감독과 선수단의 관계가 안 좋아졌고, 시즌 뒤 폭로가 나왔다. 장익영 교수: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세대 간 격차, 그러니까 기성세대와 엠지 세대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다.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게 굉장히 쌍방향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소통 방식이 아니고, 애정의 표현인지도 의문이다. 성폭행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선수를 아낀다고 해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폭력적이다. 세대를 넘어,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폭력이다. 만약에 이런 방식이 표현이라면, 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수치스러울 것 같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저를 아껴서, 제가 이런 식의 표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저는 안 받을 것 같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사건 떠올라 오태규 연구원: 축구를 깊숙하게 취재하는 기자들과 일반 독자들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 사람들은 그냥 선수들하고 감독하고 알력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 어떤 손찌검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영상을 보면, 애정의 표현치고는 너무 강했다고 본다. 신 감독 개인적으로는 폭행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선수와 충분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식의 행위를 한다면 선수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초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사건도 연상된다. 당시 상황은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선배 그룹 쪽과 수평적 관계를 원하는 새로운 흐름이 충돌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는 기존 관행에 따라 수직적인 관계를 고수하고, 수평화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세훈: 이 사건은 애초에는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고 넘어갔다. 그때 '야! 승현이, 너 신태용 감독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약간 신기해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신 감독의 행동들이 선수들을 무시하고, 또 물갈이하겠다는 말이 나오니까 불거져 나온 것 같다. 신 감독이 선수랑 소통을 잘하고, 과한 행동이 없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감독과 선수 간에 계속 불편한 것들이 생기니까, 그때 때린 것이 다시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 사회자: 반복을 통해 차이가 발생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애초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지만, 사후적으로 다시 의미를 갖게 되고, 그러니까 결과가 원인이 되고, 원인이 새롭게 해석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채 스포츠계의 선수와 지도자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