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국도 줄까?" 읍내 단골 밥집 가면 생기는 일

오도이촌 생활을 하며 새롭게 발견하는 일들이 즐겁고 재미있다. 주말을 시골에서 보내는 생활이 벌써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관통하고 있다. 그 시간들 만큼 지역 사람들을 만나거나 지역 장소를 찾는 일도 잦아졌다. 농한기인 겨울, 시골은 그야말로 한가하다. 아침부터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뜨거운 해를 피해 일할 궁리는 여름으로 끝이다. 밭두렁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밭의 기온이 충분히 오른 뒤, 일부러 일거리를 찾아서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다. 시골 공기를 느끼며 몸을 움직이고 싶으면 양지 바른 곳에 난 잡초를 뽑거나 밭 가장자리에 말라 비틀어진 풀들을 정리한다. 내년 봄에 심을 꽃들을 생각하며 미리 화단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일'이라기 보다 '놀이'에 가깝다. 겨울의 큰 즐거움, 읍내 목욕탕 가기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지역 읍내 목욕탕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어느 가을 토요일 아침 정말 깨끗하고 넓고 시설이 좋은 목욕탕을 발견했다. 이 읍내 목욕탕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개별 샤워기와 자리가 충분하다. 온탕과 열탕의 크기도 이용객이 일정한 간격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알맞다. 게다가 물마사지탕이 별도로 있다. 온도를 35도로 유지해 알맞게 따뜻하다. 따뜻한 물 속에서 천천히 어깨, 허리, 발바닥, 무릎을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과 관절을 자극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용하다. 크게 대화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그분들의 대화 내용이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고구마 빼때기를 어떻게 했더니 더 맛나더라, 어디 갔더니 뭘 해주던데 맛나더라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대화한다. 한번은 혼자 낑낑대며 등을 밀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등 좀 밀어드릴게"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되려 "괜찮아요" 하시며 시원하게 등을 밀어주었다. 물마사지탕에서도 배려는 이어졌다. 눈치를 살피며 마사지탕에 들어서면 "여기 하세요" 하며 비켜주신다. 내가 이용하는 우리 집 근처 목욕탕과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집 앞 대중목욕탕은 대체로 시끄럽다. 단골 이용객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달목욕'을 하고 오랫동안 사귀어 서로 언니 동생하며 지낸다. 서로의 집안 사정,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가끔 좋은 계절에는 단체 여행도 가는 것 같다. 서로 어울려 돕고 즐겁게 지내는 것은 좋은데 가끔 도를 넘어 다른 이용객들을 신경쓰지 않고 시끄럽게 대화한다. 조용히 목욕하며 피로를 풀고 싶은 날에는 그들의 큰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한다. 듣고 싶지 않은 대화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읍내 목욕탕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까닭은 공중 목욕탕을 이용하는 이곳 사람들의 태도, 배려 때문이다. 사람들을 잇고 연결하는 지역 도서관 요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지역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읍내에서 목욕을 한 후 가까운 지역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 1층에는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커피 한 잔이 2000원.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도 3500원이면 해결된다. 남편과 둘이서 커피콩빵을 추가해도 만원을 넘지 않는다. 가격도 착한 데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2층 열람실은 서가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창밖을 볼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마음에 든다. 사적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책상에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컴퓨터를 활용하여 글쓰기도 좋다. 지역 도서관이지만 '책이음' 회원이면 책도 3권 빌릴 수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