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사댁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는데, 나는 그보다 더 예쁜 과일집 딸이었다. 봄에는 딸기와 참외, 여름에는 수박과 복숭아, 가을엔 사과와 배, 겨울에는 귤. 철마다 바뀌는 과일 향이 가게를 채웠고, 그 향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다. 친구들은 "너는 과일 맨날 실컷 먹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예쁜 과일은 항상 손님 몫이었으니까. 내 몫은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는, 조금은 기울고 찍히고 멍이 든 과일들이었다. 상처 난 것, 툭 떨어져 살짝 흠이 생긴 것, 껍질이 예쁘지 않은 것. 그렇게 진열대에서 밀려난 과일들이었다. 부모님은 "과일은 살짝 무른 게 더 맛있다"며 나를 달래곤 하셨다. 그래서 단골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하나씩 주는 거라고. 그땐 그게 다 맞는 말인 줄 알았다. 나는 제일 맛있는 과일만 먹는 아이라고 우쭐했다. 그런데 유독,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 과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귤이다. 겨울이면 우리 가게 한 쪽에는 귤 상자가 층층이 쌓였다. 동그랗고 매끈한 껍질에 색도 곱고, 크기도 적당해 손에 쏙 들어오는 귤들. 진열대 한가운데 앉은 그 매끈한 귤을 몰래 쥐었다가,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슬그머니 다시 내려놓던 기억이 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