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21원 수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394.97원)을 웃돌 전망인 가운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와 총수출액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환율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등 경기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동시에, 해외에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이른바 ‘고환율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22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582만 13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73만 7690명)보다 15.2% 증가했다. 외래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50만 2756명)이다. 약 168만명이 더 오면 최대치를 경신하게 되는데, 올해 월평균 약 158만명이 방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이 기록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관광 소비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11월 외국인의 누적 신용카드 결제액은 15조 76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고, 이미 지난해 연간 지출액(14조 3756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관광 소비(144조 5302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성비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웨스틴조선서울의 객실 점유율은 85% 수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5%포인트 상승했고,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지난달 개별 관광객 매출은 각각 45%, 50.6% 증가하는 등 관광업계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출 역시 고환율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12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6831억 4600만 달러((1011조 7392억원)를 기록했다. 12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조업일수 16.5일)도 3.6% 늘어난 26억 1000만 달러로,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1~11월 누적 660억 4000만 달러로, 연간 700억 달러를 처음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북미 수출은 줄었지만,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기업 실적도 나쁘지 않다. 기업 실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법인세 수입은 올해 1~10월 80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 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중소기업 중간예납 분납분과 이자·배당 등 원천분 납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