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가 넘어서면 도시는 금세 어두컴컴해진다. 도로 위의 공기도 달라진다. 퇴근길 차량이 몰리고, 그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바삐 끼어든다. 쿠팡 이츠 배달노동자 김병호씨는 이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고 부른다. 동시에 가장 많은 배달이 몰리고, 가장 많은 '미션'이 떨어지는 시간이다. 지난 17일 오후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의 휴대폰 메시지 화면을 건넸다. 쿠팡쪽으로부터 날아온 배달 미션들이 빼곡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3시간에 18건 (배달)미션이 뜬 적도 있어요. 교통 신호 다 지키면서 배달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돈 좀 더 줄테니, 사실상 신호를 어겨서라도 배달을 하라는 거죠." 김씨는 배달 경력 2년 차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다 폐업한 뒤 배달 현장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전기자전거로 시작했다가, 오토바이를 빌려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초 자신 스스로 노동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과 수입도 괜찮을 거라는 기대가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코로나 시기 1건당 1만 원까지 갔던 기본 배달 단가는 이제 4000원, 지역에 따라 2000원대까지 내려갔다. 김씨는 "2년 전 대비 실질 수입은 25~30%는 줄었다"고 했다. 하루 평균 10여 시간 동안 배달 일을 하면서 한 달 수입은 280여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직장에서 받았던 급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국민연금을 비롯해 건강보험 등을 내고 나면 문화생활 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들쭉날쭉한 알고리즘 임금 배달 단가는 고정돼 있지 않다. 배달 노동자의 수, 날씨, 시간대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업체들의 갖고 있는 기준도 공개되지 않는다. 배달 6년 차 정인재씨는 이를 '들쭉날쭉한 알고리즘 임금'이라고 했다. 그는 "배달 기사들이 많으면 단가가 뚝 떨어지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잠깐 올려준다"라면서 "하지만 그때가 제일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정씨 역시 쿠팡의 배달미션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달 중급자 수준의 그에게도 쿠팡 쪽에서 내민 미션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중급자도 교통 신호를 지키면서 3시간 안에 배달 가능한 건수가 12~13건 정도"라며 "18건을 배달하라는 것은 무조건 무리하게 타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