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유머는 약자의 절규다

[1] 러브버그.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곤충 이름이죠? 근데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진짜 이름으로 부르면 모골이 송연해져요. ‘붉은등’도 돌아버릴 것 같은데 ‘우단’에다 ‘털’에다 ‘파리’라니요. 러브버그처럼 앙증맞아서 뽀뽀해주고 싶은 이름인데, 실체는 지저분하거나 무시무시해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들이 있어요. ‘리틀보이’와 ‘팻맨’도 그래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져 수십만 사망자를 낸 끔찍한 원자폭탄들에 붙여진 귀여운 이름이죠. 자, 그럼 ‘사람과 고기’(10월 개봉)라는 한국 영화 제목은 어때요? 언뜻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2022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본즈 앤 올(Bones and All)’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본즈 앤 올. ‘뼈까지 남김없이’라는 우리말로 옮기면 가일층 무시무시해지는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뼈까지 먹어치우는 동족포식을 통해 상대를 남김없이 파괴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의 본질을 밑바닥까지 파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