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11월 월령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음력 11월은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에 접어든 시기이다. 주로 땔나무를 준비하고, 한 해 동안 사용한 농기구를 손질한다. 또한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짜는 등 다음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메주 쑤기를 하며 겨울철에 먹을 김장, 동치미 등을 담근다. 절기로는 대설과 동지가 들어 있다. <농가월령가> 11월령에서는 이 무렵의 정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중략)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중략)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동짓날엔 팥죽을 쑤어 집안 고사를 지낸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다. 음력 11월 중, 양력 12월 22일경이다.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한다. 동지는 태양력에 기준한 명절이고, 설은 태음력에 기준한 명절이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있다. 동짓날에는 대표적인 시절 음식으로 팥죽을 먹는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헛간 등 집안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 팥죽은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의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집안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여겼다.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 역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도 뿌린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 팥죽, 팥떡, 팥밥을 해서 먹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애동지에는 시루떡,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먹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다.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속설에 애동지면 아이가 많이 죽고, 노동지면 노인이 많이 죽는다고 한다. 동지 팥죽은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