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절집 주혼지 정원 손질을 끝으로 올해 예정된 작업이 모두 끝났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어서 귀국을 서둘렀다. "건강해라" 쿠사노역에서 할배는 서운한 표정이었지만, 반복되는 연례 행사인지라 작별의 순간은 금방 지나갔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빨간 디젤 전차가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미노연산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축하 문자를 먼저 받다 시험 결과 발표 일주일 전이었다. 협회에서 메일이 왔다. "결과 통지를 한국 주소로 보내도 되겠습니까?" 심장이 뛰었다. 합격자에게만 보내는 메일일까? 아니면 전원에게 보내주는 것일까? 답신을 하고 나니 초조함이 밀려왔다. 이틀 후 고가 선생에게서 축하 문자가 먼저 왔다. "수고했어요. 잘했어요." 국제우편이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그녀가 결과를 미리 알게 된 듯 했다. '언제 건너오냐며 함께 밥이라도 먹자'는 문자까지 따뜻했다. 결과 통지가 왔다. 가로공주가 오사카에서 은상을 받던 그 순간의 떨림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다행히 마스터 자격에 부끄럽지 않은 점수였다. 합격자는 108명. 그중 남자는 8명으로 예년보다 높은 수치라고 했다. 외국인 합격자는 단 한 명이었다. 전체 회원을 통틀어도 유일하다고 했다. 협회 담당자는 '교과서와 학과 시험이 일본어로 되어 있어, 원어민이 아니면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74세의 최고령 합격자도 있었다. 나이는 도전의 장벽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는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귀국하여 행잉바스켓을 계속하리라 결심했지만, 나를 도와줬던 선배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노력의 결과로 얻은 내 합격 통지가 보답이었다. 자격증 여부는 현실적으로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두루두루 모양이 빠지지 않게 마무리 할 수 있어 기뻤다. 건너올 때 행잉바스켓 전용 슬릿화분 10개를 구입해 왔다. 한국에 없는 물건이라서 견본품으로 준비한 것이다. 국내 환경이 많이 다르니 우선 요세우에부터 시작하는게 순서라 생각한다. 요세우에는 장점이 많다. 집에 있는 화분들을 그대로 써도 된다. 초화류 구성이라든가 배색요령은 행잉바스켓과 똑같다. 행잉바스켓을 시작하기 전에 징검다리 구실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세우에의 가장 큰 매력은 행잉바스켓처럼 배색 조화에 있다. 식물을 어울려 심어서 조화시키는 것에 의해, 하나를 심었을 때보다 그 아름다움을 몇 배나 매력적으로 달라진다. 초화류를 한 종류만 심는 단품 심기는, 밭에서 기른 농산물을 그대로 화분에 담아 파는 1차 산업이다. 요세우에는 디자인을 고려한 작품으로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2차 산업이 된다. 요세우에는 새로운 트랜드의 소비형식으로 초화류 판매를 촉진하면서, 농업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할 일이 많이 생겼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