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두 팔이 번쩍, 세계 3대 일몰 명소답네요

세상에는 인간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들이 존재하곤 하지요. 그중에서도 그리스의 산토리니, 남태평양의 피지섬과 함께 세계 3대 일몰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노을은 여행자들에게 일종의 성지와도 같습니다. 그 성스러운 빛의 잔치를 보기 위해 저희 일행은 지난 13일 오후 4시 반, 조금 이른 시각에 탄중아루 해변(Tanjung Aru Beach)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해변의 초입은 삶의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인근 야시장에선 상인들이 형형색색의 과일 주스 사진을 흔들며 정겹게 호객 행위를 하고, 달콤한 과일 향기는 부드러운 파도 소리에 섞여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와 생명의 숨결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에 들어서자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참 비현실적이었어요.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곱고 부드러운 모래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힙니다. 문득 발밑을 보니 모래밭에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뚫려 있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바삐 들락날락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 이 해변은 치열한 삶의 터전이자, 매일 저녁 우주적인 쇼를 관람하는 최고의 1등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멀리 바다에서는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뛰어드는 젊음의 환호성이 가득했습니다. 하늘을 유영하는 패러세일링의 우아한 곡선과 역동적으로 노을을 가르는 카약의 움직임에는 생기가 넘실댔습니다. 그들에게 이 바다와 하늘은 일상의 놀이터이자 더없이 다정한 안식처처럼 보였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걷는 재미에 취해 있을 무렵, 문득 자연이 남긴 상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물과 날물이 수없이 드나들며 해안가를 핥고 지나간 자국이 예상보다 깊고 선명했거든요. 해변가의 커다란 나무들은 뿌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 고통스럽게 버티고 있었고, 푸르러야 할 잔디밭은 파도에 깎여 나가 있었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