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창업주이자 쿠팡 모회사 쿠팡아이엔씨(Inc)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불려왔습니다. '한국 유통을 바꾼 혁신가', '아마존에 맞선 창업 신화', '적자를 감수한 장기 전략가'. 그런데 최근, 쿠팡에서 3천만 명 규모의 회원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글로벌 시이오(CEO)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20대 청년이 과중한 업무로 과로사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고요. 쿠팡 측은 '회사의 해고 조치에 불만을 품은 전 임원이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는 해명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습니다만, 국회를 능멸하고 노동자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쿠팡 창업주의 행태에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안 보이는 쿠팡 창업주의 태도 김범석 의장은 1978년 10월 7일 서울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린 시절 현대건설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성장했습니다. 중학교 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상류층 자녀가 다니는 기숙형 명문 사립고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거쳐 하버드대학교에 진학해 정치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인 1998년에 대학생을 위한 시사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3년 만에 10만 부 수준의 규모로 키워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했고요. 2004년에는 명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월간지 <빈티지미디어>를 창간해 운영하면서 애틀란틱 미디어로부터 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 두 차례의 창업 경험이 기반이 돼 쿠팡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창업하고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하는 것, 뭐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문제라든지, 특히 노동자가 과로사한 사건에 대처하는 김범석 대표의 태도는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2020년 10월에 27살 장덕준씨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마친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장씨는 1년 4개월 동안 주 5~6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고강도 노동을 했는데요. 이 사건과 연관돼, 김범석 의장이 쿠팡 전 시피오(CPO·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와 나눈 대화가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공개된 메신저 내용을 보면, 김 의장은 장덕준씨가 일하는 CCTV 영상에서 물 마시는 시간, 서서 대기하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짐 없이 그냥 걷는 시간을 일일이 체크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서 "그(장덕준)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얘기합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과로사를 은폐하려는 정황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또한 김 의장은 "그(장덕준)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짜증도 냅니다. 쿠팡 전 시피오가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건 제 의견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하면서 공통적으로 한 관찰"이라고 답하자, 김 의장은 "말이 안 된다. 그들(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급을 받는다"고 반박합니다. 정해진 시급을 받는 노동자들은 그저 슬렁슬렁 대충 일할 거라고 예단하는 거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쿠팡 노동자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에 자기가 돈 번 줄은 모르고 말이에요. 2013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 에서 김 의장은 '어떤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농구팀의 주장 같은 리더다. CEO라면 감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난 선수와 함께 뛰고 다치고 호흡하는 주장이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벤처라 하면 아이디어, 창업, 도전 등을 떠올린다. 틀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과 교류, 관계,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쿠팡의 2024년 산재율은 국내 전체 산재율(0.67%)보다 3배 이상 높은 2.2%라고 합니다. 심지어 건설업(1.65%)과 운수업(1.21%) 등 산재가 많은 업종보다도 더 높을 정도인데요. 2025년에만 벌써 8명의 쿠팡 배송·물류센터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과연 본인의 현재 모습이 노동자와 함께 뛰고 다치고 호흡하는 CEO의 모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를 향해 '시급제이니 열심히 일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평가 절하하는 게 과연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