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국어교사 '시 수업' 돌아보게 한 손녀의 한마디

"젤리가 너무 빨라 햇빛이 못 쫓아오네." 얼마 전 다섯 살배기 손녀딸이 어린이집 등원길에 차 뒷좌석에서 읊조리듯 중얼거린 말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운전을 하느라고 그저 흘려 들었다. 손녀딸을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나서 어떤 상황에서 손녀딸이 그 말을 했는지 떠올려 보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아, 여기서 손녀딸이 말한 '젤리'는 먹는 젤리가 아니다. 내가 모는 경차를 처음 본 손녀딸이 "젤리 같아"라고 말한 다음부터 우리 가족은 그 차를 '젤리'라고 부른다. 손녀딸 눈에는 그 차가, 손녀딸이 즐겨 먹는 말랑말랑한 젤리처럼 보였나 보다. 차 색깔이 크림 색이고 전체적으로 네모 나서 그렇게 보였음직 하다. 손녀딸이 그렇게 말한 순간은, 차가 어린이집 쪽으로 막 좌회전했을 때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좌회전하기 전까지는 차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런데 좌회전을 하자 건물에 가로막힌 햇빛은 더 이상 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순간 손녀딸이 "젤리가 너무 빨라 햇빛이 못 쫓아오네"하고 이야기한 것이다. 손녀의 말에 되돌아 본 나의 시 수업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