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원뿔 모양인 이유[서광원의 자연과 삶]〈116〉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모양을 가진다. 바위와 나무는 물론이고 흐르는 강도 그렇다. 무생물의 모양은 대체로 생성 당시의 물리적 조건과 그 위에 쌓인 시간이 결정한다. 반면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같은 나무라도 활엽수와 침엽수의 수관(樹冠)이 서로 다른 이유다. 활엽수와 침엽수는 전체적으로는 삼각형 외형을 띠지만, 그 형태는 크게 다르다. 참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활엽수는 밑변이 넓은 반달형인 반면,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는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형이다. 살아 있는 것의 모양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의 모양도 마찬가지다. 침엽수보다 나중에 등장한 활엽수는 동물에 비유하자면 기동성을 갖추는 쪽을 택해 생존력을 높였다. 침엽수가 사계절의 변화를 꿋꿋하고 묵묵하게 견디는 존재라면, 참나무 같은 활엽수는 살기 좋은 계절엔 마음껏 자라다가 노력 대비 성과가 별로 없는 겨울엔 활동을 멈춘다. 상황이 좋을 땐 전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