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밖 맨발 퉁퉁, 햇살을 기다리는 이유

아내가 백팩을 메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이제 이 가방도 못 메고 다니겠네요. 기력이 많이 떨어졌나 봐요. 나이 이길 장사는 없다더니..." 백팩을 받아 내용을 보니 계란과 빵 등 몇 개 되지 않지만 내게도 무게가 느껴졌다. 아내는 몇 블록 떨어진 마트에서 4~5일마다 식재료를 사 온다. 허리를 곧추세우며 말을 이었다. "세월 앞에 노화는 평등한데 사는 형편은 어찌 이렇게 각각인지. 당신 간식거리는 마트 앞 아이 엄마에게 주었어요. 그 예쁜 아이들이 길에서 어떻게 견디는지..." 마트 입구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나 아이가 둘 있는 부인이 손을 내밀고 있다. 사람들은 장을 보고 나오면서 간혹 먹을거리 하나씩을 건네곤 한다. 비가 내린 지난 19일은 오후 3시도 밤처럼 어두웠다. 지난주에는 폭우로 시애틀 남쪽을 흐르는 그린 강(Green River)의 제방이 붕괴하여 급류 홍수 경보와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어둡고 눅눅한 시간 속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시애틀국제공항 인근 시인 투퀼라(Tukwila)와 렌턴(Renton), 켄트(Kent)일대가 홍수의 영향권 속에 있었다. 뉴스에서 '전례 없는 홍수(Historic Flooding)'라는 보도로 마을의 지붕만 남은 채 침수된 모습이 방영되고 파머스마켓에서는 침수피해를 입은 농부를 위한 기부를 독려하는 공고가 붙었다. 시애틀 시내에서도 경사지 도로 빗물을 막기 위해 1층 가게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은 곳도 있었다. 이 어둡고 눅눅한 시간을 홈리스(노숙인)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어떤 이는 공원 벤치에서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어떤 이는 맨발로 공원을 돌았다. 처마 아래에서 담요로 온몸을 뒤집어썼지만 담요 밖으로 나온 발이 퉁퉁 부었다. 한 청년은 모든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었다. 몇 개째 열었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반려견과 동행하는 홈리스들이 많다. 잠자리와 끼니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사회적 관계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 옆의 유일한 생명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철문이 내려진 가게 앞에서 한 노숙인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반려견을 입히고 침낭으로 덮었다. 전철역 앞의 노숙 남성은 비둘기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