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 "너무 힘빼지 말라"는 다른 작업자의 말, 그때는 몰랐다 에서 이어집니다) 남자 작업자는 나에게 말로 업무를 알려주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는 카트 여러 대를 이어 붙인 그는 나에게, "저기 끝에 가서 잡으세요" 하더니 그대로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 나는 뒷걸음질 치면서 카트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붙들었다. 그건 마치 대형마트에서 여러 대의 카트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저쪽에서 카트가 나오면 이쪽으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빈 카트는 다시 갖다주면 돼요." 살펴본 대략적인 업무 내용은 이러했다. 제조업체 등에서 만든 물건이 팔레트에 실려 물류센터에 들어오면, 여러 명의 작업자가 바코드를 찍어 '토트(Tote)'라는 바구니에 물건을 싣는다. 그 토트 여러 개를 한 카트에 싣는다. 여기까지가 흔히 말하는 '입고'의 업무였다. 그러면 또 여러 명의 작업자가 이렇게 나온 카트의 물건들을 다시 바코드를 찍어 선반에 정리한다. 그리고 이 업무를 '진열'이라고 하는듯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입고 처리한 물건을 진열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을 '워터 스파이더(Water Spider)'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워터 스파이더냐고? 거미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정이 물 흐르듯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업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나? 입고 파트에서 나온 카트를 진열 파트로 옮기고, 그렇게 나온 빈 카트를 다시 입고 파트로 옮겨주는 일은 그야말로 단순했다. 그저 카트를 밀고 당기며 왔다 갔다 하기만 하면 되는 일. 역시 허리를 크게 쓸 필요가 없어서,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장갑을 끼는 이유 다만 이 일도 한 시간 정도를 하고 나니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옮겨야 할 카트 여러 대가 한꺼번에 나올 때는 마음이 바삐 움직였다. 맨손으로 카트를 옮기는데 진열 파트에 있던 한 작업자가 말을 걸었다. "사원님, 장갑 못 받으셨어요?" "네, 못 받았는데요." "맨손으로 하시면 나중에 손 아프실 거예요. 저쪽에서 장갑 그냥 가져다 쓰시면 돼요. 장갑 끼시고 하세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