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낭독을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낭독팀 <더 보이스>를 만들었다. 나는 낭독극 공연을 기획하던 중 배우 전현아씨가 진행하는 마포 아트센터 낭독극 수업을 알게 됐다. 수업 제목은 낭독극이지만 수업 내용은 '연기 수업'에 가까웠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은 수업 내내 조용하고 내향인처럼 보였다. 젊은 세대는 학교나 회사 발표 혹은 일상 대화에 필요한 정확한 발성과 발음을 도움 받고 싶다는 목적성이 뚜렷했지만, 중장년층은 나처럼 호기심에, 어릴 때 꿈이어서, 이미 수업을 여러 번 들으면서 삶의 활기를 찾았기 때문에 등등 이유가 다양했다. 한 달 뒤, 대본 연습에 들어가자 다들 몰입해 큰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특히 이 수업을 여러 번 듣고 있는 중년분은 연기를 통해 삶의 활기를 찾는다고 해서 인상적이었다. 선생님도 최근 연기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연극제에 참가해 연기상을 타는 등 연기의 매력에 푹 빠진 중년들의 이야기를 종종 해주었다. 나는 취미 연기를 배우는 중년 세대가 많다는데 놀랐고, 배우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기 수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배우 전현아씨를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올해 아버지(배우 전무송)와 부녀로 등장하는 연극 <더 파더>와 연극 <문턱>으로 관객분과 만났습니다. 지금은 연극 집단 반 30주년 기념 공연 <푸른 점의 진주> 준비 중인데요. 내년 본 공연에 앞서 이번 달 12월 27일, 28일 먼저 낭독극으로 여러분을 찾아 뵈려고요." - 활발한 연극 활동 중에도 일반인을 위한 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시죠? "네, 저와 남편(김진만 연출가)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액팅 아지트 그루 외에도 마포 아트센터 '배우를 꿈꾸다', 양천구 건강 힐링 문화관 '감정 잇는 연극' 등 여섯 곳에서 비전공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강생은 20,30대부터 70,8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데요. 45세에서 60세 그러니까 중장년층이 가장 많습니다." - 특히 중장년층이 연기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가 어릴 때 배웠던 노래 있잖아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중장년층은 텔레비전 세대예요. 1956년에 텔레비전 첫 방송이 시작되었으니까요. 그런(방송 연예) 쪽으로 꿈을 키우면, 당시 부모들은 소위 '딴따라'라고 해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갖고 살다가, 이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나 옛날에 하고 싶었는데, 지금 해봐도 될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 하지만 다른 취미와 다르게 막상 연기를 배우려면 쉽지 않을 듯해요. "맞아요. 연기 수업에 오기까지 많이 망설였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미술이나 음악, 무용 등은 가르치는 곳도 많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데, 연기는 엄두를 못 냈었다고요. 하지만 연기를 배워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호기심이나 치유적인 목적이 더 많더라고요. '나를 알고 싶다' '자존감을 키우고 싶다' 등등요. 내 말투가 딱딱해서 가족이 상처받으니까 '연기라는 가면을 써보고 싶다'라는 분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회 생활에서 늘 가면을 쓰고 있으니 이 시간만이라도 '가면을 벗고 싶다'라는 분도 계시고요." - 일반인들에게 연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나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