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지기 된 해외 팬이 보낸 선물에 들어 있던 것

"나도 선물 잘하고 싶다...!" 오래 전부터 품어온 고민이다. 센스 있게, 마음을 담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전해지는 선물을 건네고 싶다. 그런데 막상 준비하려면 결코 만만치 않다. 예우에 맞는 가격대도 고민이고, 화장품은 피부에 맞아야 하며, 향수는 취향이 갈린다. 내가 고른 인테리어 소품이 상대 집 분위기와 어긋나면 금세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일상을 따스히 밝혀준 선물들 주변에 선물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의 필요를 읽어내고 꼭 맞는 순간에 내놓는,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사람들. 동료 배우 장승조님은 몇 해 전, 내가 겨울 촬영이라는 말을 듣고 핫팩을 종류별로 한 박스나 보내줬다. 그걸 엄마와 아직도 나눠 쓴다. 손난로를 주머니에 넣을 때마다 엄마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겨울이 올 때마다 감사한 사람이라고. 드라마 감독 한수지님은 만날 때마다 빈손인 적이 없다. 커피, 차, 사탕, 비타민 등 손끝에 항상 친절이 달려 있다. 얼마 전 엄마가 올리브오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생일에 맞춰 놀랍게도 딱 맞는 선물을 건넸다. 엄마는 또 감탄했다. 참 잘 자란 사람이라고. 명절이 되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선물이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지, 너무 평범하지는 않을지, 가격은 적당한지 계속 헤아리게 된다. 결국 '명절엔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가장 무난한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래저래 고심하다 결국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이나 고기 같은 품목을 고른다. 먹고 나면 흔적도 남지 않으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그런데도 '선물을 잘했다'는 기분이 쉽게 들지 않는다. 선물이란 무엇일까. 감동은 어떤 순간에 생길까. 부담이 아니라 마음에 스며드는 선물은 어떤 모습일까. 나이가 들며 '선물에도 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지던 즈음, 그 거품을 잔잔히 눌러준 선물들이 있다. 내 일상을 따스하게 밝히고,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 소중한 마음들. 선물 하나, 드라마 스크립터 이단비님이 건넨 마음 7년 전, 파킨슨을 수년간 앓아오던 아버지는 급성 위암 판정을 받고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당시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고, 서툰 운전으로 폭우를 뚫고 전라남도 장흥까지 오가며 촬영과 간병을 병행해야 했다. 스태프들에게 따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함께 밥을 먹어주고, 같이 걸어주며, 곁을 지켜준 배려에 큰 심적 의지가 되었다. 촬영 마지막 날, 감사의 뜻으로 홍삼 절편 한 각과 손편지를 직접 포장해 전했다. 몇 년 뒤, 드라마 <폭염주의보>에서 다시 만난 이단비 스크립터. 잘 버티며 성장한 모습만으로도 기뻤는데, 촬영 마지막 날 단비님이 건넨 쇼핑백 안에는 홍삼 세트와 자신이 쓴 에세이 책, 핸드크림, 함께 찍은 사진, 예전 기억을 소환하게 한 손편지까지 담겨 있었다. 오래 전에 전한 작은 정성이 이렇게 큰 마음으로 돌아올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이 순간이 있어 인생 버틸 만하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기게 한,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선물 둘, <가톨릭영화제> 손데레사 수녀님이 건넨 마음 전체 내용보기